(2005/06/27, 06/28일자 게시물 이동게시)

[질문 by 김정호님]

요즘 길을 다니다 보면 무술도장에 호신술 이라는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종격투기 도장에도 호신술 이란 단어가 걸려있더군요.복싱,킥복싱 제반 타격계 무술
에도 호신이라는 간판이 종종 내걸려 있습니다.저는 이 무술들이 과연 "호신"의 개념에
적합한 무술들일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나름대로 호신에 도움되는 동작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타격계 무술들은 호신의 개념
에서 보면 "상대에게 타격(상처)을 주어 자신을 방어하는" 범위까지 밖에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운영자님께서 이곳 홈페이지에서 줄기차게 강조하던 현대사회의 흐름과
비교해보면 타격계 운동은 호신술 이라는 단어사용 자체가 넌센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호신술에 대한 언급 역시 운영자님께서 말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나니 여성들에게 적합한 호신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는 분께 이런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운영자님께서 평소 언급하신 가장 좋은 호신법을 인용하여 설명을 했으나
요즘에는 그래도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는 되물음에
뾰족한 방법을 말해주지 못하였습니다.

그 분 말씀대로 요즘에는 독신여성이면 자신들의 집조차 100%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오늘 자취하는 자신의 집에서 강간을 당할 뻔 했다는
여대생의 기사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그 생각이 굳혀진 것 같습니다.물론 창문단속 등
피해자의 조심성 결여 등을 지적할 수 있지만...

미리 범죄를 예방하는 습관을 가지고 행동하더라도 그것을 생략하고 불가피하게 여성
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혹자들은 그 상황에선 이판사판으로 맞서야 한다지만 여성이라고 상해 등의 죄목에서
제외대상이 되지는 않잖습니까? 다른 쪽에서는 어설프게 저항하다 칼 맞을 바에는
차라리 그냥 한번 당해라는 자포자기 식의 현명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애매모호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보았지만 그점에도 쉽게 동의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해당 홈페이지를 검색해보아도 이 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나 설명 혹은 의견들을
검색할 수 없어 이렇게 질문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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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 없습니다. 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직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예방'이 최선이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양보,조심운전을 한다고 해도 교통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다음 행동을 결정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개개인의 행동은 각자 나름대로 패턴화 되어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자신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그 상황에 대한 판단과 다음 행동의 결정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다가 만족스런 답변을 산출해내지 못하고, 이에 따라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위험상황대처를 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위험을 본능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연습을 하지 않은 보통 사람의 경우 100명 중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전에 경험치 못한 상황에 갑작스레 처할 경우 위험회피본능의 발현으로 '과잉방어'를 하게될 위험이 따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장의 수련이 절대적으로 자기방어능력을 높여준다고만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도장의 수련과 전문적인 호신술 교육은 다른 기준에서 보아야 합니다.

님께서 예를 드신 자신의 자취방에서 습격당한 여대생의 경우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리는가 하면,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건졌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를 보면, 침입자가 자기보다 나이도 어리고 체격도 작아서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 판단에 의해 그 여대생은 '반격'이란 수단을 택한 것입니다. 위험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건지는 법은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 호신술, 호신무기 등등 어떠한 방법론도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냉정한 답변이지만, 위험에 처하였을 시 판단은 자신이 하여야 하며, 그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는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 여대생은 반대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위험에 처해버린 이상, 본인 이외의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신술의 강습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실질적 시뮬레이션의 반복'을 통한 훈련생의 위험대처능력의 강화입니다. 각종 위험상황과 그에 대한 판단능력을 배양하여 합리적인 대응책을 산출하는 것을 반복하여 대처능력을 배양시켜야 합니다. 국내 대부분의 도장에서 보이는 '앞에서 껴안았을 때는 a수','손목을 잡혔을 때는 b수' 등 개개의 기법만을 지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볼 때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1)안전을 보장한 상태에서 상정한 각종 위험상황을 경험하도록 하여 익숙하게 만들고, 2)이러한 위험상황을 미리 느끼고 판단하고 회피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3)신체의 접촉을 수반하는 기술은 최후의 '보험'으로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번 위험상황의 경우, 그 상황이 이루어지기 직전, 그러니까 위험성이 0에서 점차 증가하여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까지의 다양한 단계를 아울러야 합니다.
국내 대부분의 호신술에서는 위 1-2-3 단계에서 1번은 그저 공격이 이루어진 순간(위험성100의 경우)만을 상정하고 있으며, 2번은 아예 빠져있고, 3번만을 중점적으로 지도하면서 그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하고있습니다.

결론을 짓겠습니다.
호신술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도장에서의 수련이 호신으로 무조건적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답이 아닙니다. 호신을 위한 교육을 원하실 경우 위에서 제시한 기준에 상응하는 커리큘럼이 있는지, 아니면 도장의 수련이 그러한 커리큘럼에 상응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십시오. 예를 들어 아이키도의 경우 '입신''전환''회전' 등의 몸다루기, '합기'의 개념, '느닷없음'의 위험성 등을 개개의 기술 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판단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커리큘럼을 이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p.s. 위 답변은 운영자 본인의 평소 경험과 공부, 일본 PDS(Personal Deffence System)의 毛利元貞(모리 모토사다) 저 '護身Handbook-實用知識で危險を見拔く'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느닷없음'이란 표현은 김성구님의 글에서 빌렸습니다.
p.s.2 위 글의 참고를 위하여, 게시판 980번 '폭력적 급습의 4가지 진실', 텍스트 자료실 97번 '호신과 실전의 개념차이는 무엇이죠?', 94번 '칼을 든 상대를 맨손으로 제압한다?', 62번 '흉기를 든 강도를 물리치는 법' 등을 권합니다.

Posted by aikid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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