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련 후 기념촬영 (전열 좌측에서 3번째부터 아이고 씨, 이시바시 료이치 후레아이숙 숙장, 윤대현 관장, 사토 기요지 메이지대학 이사) |
원하던 것을 우연하게 마주치게 되었을 때의 기쁨. 국적은 다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쁨. 그래서 합동수련은 즐겁습니다.
故 야마구치 세이고 사범.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아이키도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마치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고, 전혀 힘을 쓰지 않는 듯 하면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을 구사하는 선생입니다. 비록 마이너이긴 하지만, 실상 전후 아이키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영상을 보면서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만, 이번에 그 기회를 얻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이번 한일 합동수련은 6/9-6/10 양일간 본부도장에서 열렸습니다. 일본의 손님들은 치요다구 합기회, 후레아이숙, 메이지대학 교직원 합기도클럽 3개 단체의 분들이셨습니다.
본인은 2일째인 6/10일 토요일 수련에 참가하였습니다. 사실 지난 일본 방문 후 직장 및 학업 사정으로 이번에 오신 선생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저 외국의 손님들과 함께 하고 싶었을 뿐.
수련이 시작되고 지도하는 이시바시 선생의 움직임과 기술을 보면서, 우리가 하는 고바야시 선생 스타일이 아닌 다른 선생의 스타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짐작을 하면서도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해하던 중, 2교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습니다. '야마구치 세이고 선생 스타일이다!'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보이는 기술들은 모두 야마구치 선생을 연상시키는 몸놀림이었습니다.
수련 중간 쉬는 시간에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혹시 선생의 스승은 야마구치 세이고 선생이 아니신지요?''예, 맞습니다. 어떻게 알고 있나요?' 이시바시 선생은 당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아는지 놀란 기색이었습니다. '야마구치 선생의 영상을 자주 보는데, 선생의 몸놀림을 보니 야마구치 선생의 기술이라 생각했습니다''감사합니다. 큰 영광이군요. 제 스승에게 배운 바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선생은 수련 중에 여러 수련생들을 일일이 잡아주며 기술의 느낌을 전해주셨습니다. 아이키도에서는 특히 느낌의 직접적인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동영상을 보아도 그것은 참고일 뿐, 그것을 직접 느껴보지 못하면 그저 흉내내는 것에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느껴보고 나서야 그것이 어떠한 기술이라는 것을 실체화할 수 있습니다.
이시바시 선생의 몸놀림은 물흐르듯 부드럽고, 전혀 상대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무너뜨렸습니다. 야마구치 선생이 남긴 말 중에, '고통이 수반된 기술은 미숙하다'는 것이 있는데, 그 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스승인 윤대현 관장님으로부터도 제 기술이 여전히 고통이 수반되어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아 궁리하던 차였는데, 이런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수련 중간 메이지대학 이사이신 사토 기요지 씨와도 기술을 나눌 수 있었는데, 매우 높은 수준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파티 중 이시바시 선생에게 2교를 몸으로 설명받고 있는 운영자 |
수련 종료 후, 모두 모여 파티를 하였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사람 모두 말은 잘 통하지 않더라도 '함께 하는 즐거움'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시바시 선생과 다른 손님들 모두 유쾌하고 연령에 관계 없이 서로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이라기 보다는 맏형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생은 한국인임에도 일본 아이키도계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제게 '무도오타쿠'라는 장난스런 별명을 붙여주었고, 다시 스스로를 '나도 무도오타쿠'라 칭하며 껄껄 웃었습니다.
또다른 일본의 무도오타쿠, 아이고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각국의 도장들을 방문하고 그 감상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제 홈페이지를 읽어보았다며 일본방문기를 재미있게 봤다고 하였습니다. 일본 외에도 유럽, 미국은 그 역사가 길어 일본인이 아니더라도 높은 수준의 선생이 많다며, 아이키도를 일본 만의 것이 아니라 '일본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인의 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와는 이외에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아이키도나 검술을 배워 한국으로 돌아와 도장을 개설하려는 사람들을 몇 명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나?'는 아이고 씨의 질문에, '대한합기도회에서는 모두 환영한다. 우리는 고바야시 선생의 스타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좋은 것은 모두 배우려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웠느냐 보다는 자신의 선생과의 인연을 얼마나 오래 변치 않고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윤 선생도 고바야시 선생을 비롯한 여러 선생들과의 인연을 20여년간 돈독히 하고 있다. 이건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아이고 씨가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그가 단순히 기술만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스승과의 인연을 유지하려는 열의만 있다면,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함께 하자는 얘기를 꼭 전해달라.'고 답하였습니다.
나이 지긋한 여성회원분은 '아이키도를 30여년 간 해오고 있는데, 윤 선생을 보니 일본에 계신 우리 선생이 생각난다. 참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가진 분 같아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라고 말하시더군요.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는 양국의 응원을 끝으로 파티를 마무리하였으나, 도장 밖으로 나와서도 도무지 서로 떨어지려 하지 않아 결국 근처 호프집에 다시 모여 2차를 하였습니다. 늦은 밤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 밖에 없었지만, 즐거운 마음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이번 합동수련을 한 분들과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한국에 오면 '즐겁다'는 느낌을 방문하는 각 팀마다 소중히 간직하고 돌아가시길 기원합니다.
p.s. 다음 링크에서 합동수련 관련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http://aikido.co.kr/tt/board/ttboard.cgi?act=read&db=photo&page=1&idx=75
p.s.2 합동수련 첫날에 참여하신 황지평 회원님의 후기입니다.
http://aikido.co.kr/tt/board/ttboard.cgi?act=read&db=postscript&page=1&idx=48
p.s.3 이번에 지도하신 이시바시 선생이 숙장으로 있는 후레아이숙의 홈페이지입니다.
http://www.geocities.co.jp/Athlete-Olympia/2652/topue.htm
p.s.4 치요다구합기회의 홈페이지입니다.
http://chiyoda.3.pro.tok2.com/index.html
p.s.5 아이고 씨의 홈페이지. 세계 각지의 도장 방문수련을 담았습니다.
http://homepage3.nifty.com/sumiyoshidojo/worldaikido.htm
p.s.6 이번에 함께 방문한 야기 씨의 아이키도 전문용품점 XEBEC의 홈페이지. 간다짐보쵸에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키카이 본부 공인 용품이군요.
http://www.xebec9.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