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s & etc.2009/09/17 21:15

지난 6월에 이가라시 카즈오 선생, 로버트 쿠보 선생, 우르반 알덴크린트 선생 세 분을 모시고 열렸던 세미나 당시 이루어진 인터뷰입니다. 대한합기도회 발간 합기도신문 제1호에 실렸습니다.

(지난 9월 4,5일에 열린 제15회 전국연무대회 당시 이루어진 고바야시 히로아키 선생(고바야시 도장 부도장장)과의 인터뷰는 합기도신문 제2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본 블로그에는 이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우르반 알덴크린트 선생(6단) 인터뷰]

성주환(이하 성):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또한 훌륭한 1시간의 지도 역시 감사드립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의 아이키도 수련자들에 대한 감상은 어떠하신가요?

우르반 선생(이하 우르반): 예상에 비해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사실 하드(hard)한 아이키도를 하고 있으리라 예상했거든요. 20여년이란 짧은 기간동안 이 정도의 수준을 보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 선생에게 있어서 아이키도란 무엇입니까?

우르반: ‘관계’의 무도입니다. 두 사람의 자유인이 접촉(contact)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호흡을 맞춰가는 무도이지요.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우르반: 스웨덴의 제 지인 중에 가라데 사범이 있는데, 그가 제게 아이키도에 대해 한 마디 한 적이 있습니다. ‘상대를 해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 결코 그러한 일을 하지 않으리란 것을 아는 무도(You know how to kill, but also you know you'll never do that.)’라고요. 제게 있어 아이키도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무도라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아이키도에 입문합니다. 강해지고 싶은 사람, 체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 그저 땀 한 번 흘린 후 맥주 한 잔을 바라는 사람, 친구가 필요한 사람 등, 남녀노소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만족시킬 수 있는 무도인 것이죠.

: 그렇군요. 가라데 사범의 말씀이 상당히 인상 깊은데요.

우르반: 네, 제게도 그의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젊은 시절 여러 무도가들과 기술교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스웨덴에도 많은 무도가 들어와 있습니다. 태권도, 합기도, 무에타이, 킥복싱, 쿵푸 등등. 혈기왕성할 때 자신의 강함을 증명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곧 무의미함을 깨달았습니다.

: 어떤?

우르반: 무도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지 않는가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아이키도식으로 표현하자면, ‘언제 어디서나 내 중심을 유지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시합에서 이겼을 지라도 내면적으로는 패배감을 느낄 수도 있고, 졌더라도 내면적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단순히 겉모습을 볼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 얼마나 충실함을 느낄 수 있는가, 그러한 내면과 중심을 기르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 선생의 그러한 철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고 싶습니다만.

우르반: 단순히 저의 철학이라기 보다는 아이키도의 원리죠. 그리고 그 원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저는 지난 25년간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해왔고 현재 톱 엔지니어(Top engineer)이기도 합니다. 톱 엔지니어란 자리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경청하고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내기도 해야 합니다. 상대의 의견은 겸허히 수용해야 하지만,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는 흘리거나 끊어버리기도 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의견을 부드럽게 흘리는 걸 전환이라 한다면, 끊어버리는 것은 입신이라 할 수 있겠죠. 의견의 교환을 통해 상호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합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 선생님은 고바야시 도장 최초의 외국인 내제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우르반: 우선 정정할 것은 저는 ‘최초의 외국인 내제자’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초로 장기 연수를 받은 내제자’라고 해야 하죠. 제가 고바야시 도장에서 수련한 것이 1980년, 그로부터 만 1년간 내제자 생활을 했습니다. 저 이전에도 고바야시 도장에서 연수를 받은 외국인은 몇몇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1개월, 길어야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 일본으로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행기 삯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조금이라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 스웨덴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철도를 1주일간 탄 후에 나코드카(Nakhodka)에서 다시 배를 타고 일본 니이가타항(新潟港)에 도착하는 식이었습니다.

저는 2단까지는 현재 프랑스에 계신 타무라 노부요시 선생에게서 받았습니다. 휴가를 이용해서 프랑스 또는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선생을 스웨덴에 초청하거나 했습니다. 선생은 저의 집에서 자주 묵으셨어요. 지금도 타무라 선생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1978년 이가라시 카즈오 선생이 핀란드 아이키카이와 스웨덴 아이키카이의 초청으로 약 9개월간 핀란드와 스웨덴을 오가면서 지도를 했습니다. 이때 이가라시 선생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지금까지도 형제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제게 스승을 따지자면 물론 여러 선생님들이 영향을 주셨지만, 1위는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 2위는 이가라시 카즈오 선생님, 3위는 타무라 노부요시 선생님이라고 하겠습니다.

: 고바야시 선생님을 1순위로 꼽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르반: 기술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으셔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인간관계의 천재(social genius)입니다.

화합의 무도인 아이키도 내에서도 창시자 이래로 여러 유파가 만들어지고, 같은 아이키카이 내부에서도 파벌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에 여러 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이는 결국 지도자의 에고(ego, 아욕)이 커서 생기는 문제로, 사람의 문제입니다. 아이키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요.

고바야시 선생님은 그런 점에서는 너무나도 깨끗하고 모범적입니다. 창시자의 내제자로서, 아이키카이에 속해있지만, 故 시오다 고조 선생의 요신칸(養神館)은 물론, 사이토 히토히로 선생의 이와마신신합기수련회(岩間神信合氣修練會)는 그 아버지인 故 사이토 모리히로 선생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바야시 선생에게 도움을 받은 아이키도계의 인물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사오토메 미츠기 선생의 ASU(Aikido Schools of Ueshiba)나 故 도요다 후미오 선생의 AAA(Aikido Association of America)가 아이키카이에 복귀할 때 선생이 아이키카이 본부와의 중재역을 맡아주시기도 하셨습니다.

: 사실 저 또한 제 스승인 윤대현 선생님께서 고바야시 선생님을 통해 아이키도에 입문하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우르반: 고바야시 선생님은 언제나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정도를 추구하시지요. 윤 선생님도 그러한 분이기 때문에 고바야시 선생님을 만나는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거라 생각합니다.

: 우르반 선생님께 윤 선생님의 첫인상은 어땠습니까?

우르반: 저는 윤 선생님을 처음 보자마자 좋아했어요. 그게 벌써 20년 전이군요. 아주 강한 힘의 소유자이지만, 동시에 매우 수줍어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힘을 과시하거나 하지 않고, 부드러운 면이 보였습니다. 또한 아주 곧은 성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것들을 모두 버리고 아이키도 한 길에만 정진해 왔겠지요. 작년(2008년)에 대한합기도회가 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國際合氣道聯盟)에 한국대표부로서 승인`가맹된 것은 윤 선생님의 그동안의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입니다.

: 그때 저는 만세를 불렀습니다.(웃음) 역시 누가 뭐라든 바른 길로 꾸준히 가면 된다는 걸 확인받은 기분이었달까요.

우르반: 바로 그겁니다.(웃음)

: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 선생의 체격은 사실 상당한 거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력의 사용이 최소화 되어 있고,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어떤 조언을 주실 수 있겠는지요?

우르반: 긴장을 푼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은 결국 연습 뿐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몸집이 크고 강한 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를 해치는 데 그 힘을 사용하는 법 또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그럴 필요가 어디 있나요? 오히려 그런 힘을 숨기고 상냥하게 대함으로써 사람들이 제게 다가오지 않습니까? 아이키도는 관계의 무도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수련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르반: 한국의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가 비록 이번에 선생의 자격으로 왔습니다만, 저는 여러분들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면서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스웨덴으로도 놀러오세요.

: 우르반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르반 알덴크린트(Urban Aldenklint). 6단>

1954년생, 1977년 나카이마 아이키도 클럽에서 아이키도 수련을 시작.

이가라시 선생 및 이치무라 선생을 비롯한 많은 선생 밑에서 부단한 수련 후에 1980년 일본으로 건너가 1년간 내제자 생활을 함. 1981년 스웨덴으로 귀국하여 ‘우르반&울프 린데 클럽’을 개설하여 아이키도 고바야시 도장과 아이키카이 본부도장에서 익힌 것들을 계승 발전하는 데 노력해 옴. 스웨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 지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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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ikid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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