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글들)2006/10/27 22:08
아이키도는 처음에는 그저 하나의 무술로서 나에게 다가왔다. 보다 완벽하고 합리적인 기술을 배우려고 하던 나에게 아이키도의 기술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언제나 각 기술마다 상대의 사각, 나의 위치, 역학 관계 등을 판가름해놓은 것은 이 무술의 창시자가 정말 대단한 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곧 아이키도는 나에게 생활로서 다가왔다. 아이키도의 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으며, 특히 도장에서의 도우(道友)들과 스승과 함께 하는 수련 후의 티타임은 아이키도에만 있는 특별한 것으로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되고 친목을 다지도록 하여서 나를 푹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키도 각각의 기술에 담겨있는 철학성. 개조가 남긴 정신. 자세. 아이키도만큼 나에게 책을 읽도록 만들어 준 것이 없는 것 같다. 아이키도를 배우고, 그 철학을 배우기 위해 대형서점의 외국서적 부문을 뒤져가면서 교본과 이론서를 찾아 읽었다. 지금 내 옆에는 약 20여권 되는 아이키도 관련 일어, 영어 원서들이 책꽂이에 가지런히 꽃혀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내 스스로 했다기 보다는 나의 도우, 선배들의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고 익히게 된 것이다. 언제나 외국에서 자료를 구해다가 공부하시는 관장님, 수련이 끝나도 남아서 '함께' 연습을 하는 선배 도우들.. 이들이 내가 아이키도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를 갖도록 해주었다.

아이키도는 퍼즐의 매력 또한 갖고 있다. 아이키도의 수련은 수련생들이 줄지어 정좌해 있는 앞에서 지도자가 한 명을 지목, 그를 상대로 기술을 펼쳐보이고 이를 나머지 수련생들이 따라 하도록 되어있다.  이 때 그저 쉬워 보이는 문제가 사실은 속에 어떤 트릭을 감추고 난이도를 높이는 것처럼, 아이키도는 겉으로 보기에 대단히 쉬운 동작 같아도 직접 해 볼 경우 상당히 그 속에 어려움이 감춰져 있다. 수련생은 이것을 퍼즐을 풀 듯이 머리와 몸을 동시에 써가며 배우고 익혀야 하며, 같은 기술이라도 자신이 초급자일 때와 상급자일 때 느끼게 되는 포인트가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아이키도의 수련은 같은 기술만을 하더라도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고 그 속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나 자신이 수련생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 동아리원들을 지도하는 역할 또한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는 자세와 가르치는 자세, 이 모두를 갖추어야만 했고, 이것이 아이키도를 더욱 탐구하도록 만들었고, 나의 선후배들과 서로 '조화'하는 법을 몸으로 익히도록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속의 나를 알 수 있다는 것. 아이키도는 외국의 선생님들께서 자주 오셔서 특별지도를 해주시기 때문에 이들과 대화를 하고 몸으로 부대끼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외국인의 새로운 시각에서도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아이키도를 배우면서 그동안 아무런 목표 없이 배워오던 외국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회 또한 가질 수 있었고, 이들을 가이드하는 재미 또한 쏠쏠한 것이다.

Posted by aikidokr

TRACKBACK http://aikidokr.net/trackback/5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박주빈

    공감이 갑니다
    부럽기도 합니다

    2010/12/29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