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가이 본부도장앞에서(한복입고 있음)
수련기라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일본에서의 2주간의 체류기간동안의 기록입니다. 간단히 말해 일기죠. ^^; 뭐 더 거창한 수련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서두 우선 이걸 정리해 놓아야 나중에 쓸 글들의 윤곽이 잡힐 것 같아서 우선 이것들을 몇번에 걸쳐서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많이 읽어주셔요. ;-> 일기를 완전히 베껴 놓는게 아니라 그때의 상황에 맞도록 정리해서 올립니다.

도꼬로자와 도장

8월 3일 .20시 48분 : 도꼬로자와(所尺)도장이다. 신주쿠역에서 나와 세이부 신주쿠역으로 가서 세이부선을 탔다. 도꼬로자와역을 지나 고꾸꼬엥(航空公園)역에서 내려 계속 헤매다가 겨우 고야나기선생이 나와서 도장에 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큰 도장이다. 바닥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그 다다미 밑에는 타이어가 깔려 있다고 한다. 1층 목조 건물. 한눈에 봐도 오래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이 도장은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고 깊숙히 박혀 있어서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도장인지 그냥 주택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뭐 다른 현대식 건물들과는 달리 목조건물이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고바야시 선생님이 최초로 세운 도장이라고 한다. 이 도장을 초석으로 현재 일본 내에서만 80여개의 도장을 관할하는 고바야시도장(小林道場)이 뻗어 나간 것이라고 하니 솔직히 안믿긴다.^^;
말할 때 영어와 일어가 뒤섞여 미치겠다. 차라리 일어를 공부안할 걸.(그래봤자 1달--;) 어떤때는 일어가, 또 어떤 때는 영어가, 때로는 이 둘이 뒤섞여서 나온다. 고야나기 선생 영어가 짧기 때문에 그 수준에 맞추다 보니 일어 어순에 영어 단어를 사용하는 이상한 말을 서로 잘도 주고 받는다. 이러다 내 언어 시스템은 엉망이 될지도..

고다이라 도장원들과(우측 세 번째가 히로아키 선생)
8월 4일 15시 30분 : 이제.. 자유시간이다. 고야나기 선생이 수련시간이외에는 내 맘대로 하란다. 간섭안할 테니까 나갔다 오고 싶으면 자기한테 말안하고 나갔다 와도 좋다고 했다. 도장청소가 끝났다. 수련시간 1시간 전에 모든 도장청소와 차(茶)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
도장청소는 다다미 청소, 탈의실 청소, 화장실 청소, 도장밖 청소 등이다. 우리나라 도장보다 훨씬 엄격하다. 그것도 한사람이 그걸 다해야 하니까. 오늘부터 2주간은 내가 있으니까 두사람이지만 고야나기 선생은 자기 클래스를 가르치러 다른 도장으로 갈 때가 많으니까 혼자서 청소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어이구... 고야나기 선생은 이 도장에서 2년동안 살았다고 한다. 2년동안 하루에 청소를 2-3번씩 한 번에 1시간정도 해온 셈이다. 휘유... 오늘 오후 수련은 마스다 선생이다. 몸집도 작고 가무잡잡하게 생겼다. 'Aiki News'의 고바야시 선생님 인터뷰를 좀전에 읽었는데 거기에 고바야시 선생님의 내제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흐음..
22시 38분 수련도 끝나고(우리나라 수련시간인 1시간이 아니라 1시간 30분이라 적응이 좀 힘들었다.), 저녁도 먹었다. 오늘의 정식은 너무 달아서 탈이었지만. (그래서 물을 엄청 마셨다.) 한끼에 400엔인데, 우리돈으로 4,000원 정도? 그래도 이게 일본 물가로는 한끼 식사 값으로 엄청 싼거란다. 말도 안돼... 앞으로 돈이 얼마나 나갈지.. 걱정밖에 안된다.
도장에 오는 사람들을 보니 거의가 30대 중반 이상이다. 내나이 22살로는 여기선 젤 이런 축에 속한다. 그나이로 흰띠, 갈색띠 잘 메고 운동 열심히 한다. 우리 같으면 체면 때문에 잘 안하려 들 것이지만 여기서는 아이키도가 무도이기도 하지만 거의 사회체육에 가깝기도 하다. 여가의 선용이라는 소리다.

고다이라 도장(고바야시 도장 본부)
8월 5일 12시 35분 : 신주쿠행 열차 안이다. 오전 6시 30분 수련은 고야나기 선생님 지도로, 10시 30분 수련은 고다이라(小平)도장으로 가서 했다. 고꾸꼬엥역에서 고다이라역까지 가서 다시 도보로 20여분걸으면 나온다. 역시 주택가 안쪽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이 도장에 현재의 고바야시 도장의 중추다. 모기 투성이다. 난 모기의 연인이 되기는 싫은데... 수요일 10시 30분 반은 스이젠 카이라는 여성 모임의 반이다. 지도원은 칸다 선생이라는 분인데 나이가 지긋하시지만 상당히 개구쟁이인 분이다. 전문지도원은 아니고 아이키도를 오래 수련하여 파트타임으로 자신의 지도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날씨가 우리보다도 더 습한 때문인지 그렇잖아도 땀을 많이 흘리는데 더 심해졌다. 땀만으로 2리터는 흘린 것 같은데 물을 마시지도 못한다. 소변도 노랗다.^^;
16시 44분 : 다시 고다이라 도장으로 돌아간다. 오후 7시부터 수련이 있다. 다리아파 죽겠다. 기노꾸니야라는 대형서점과 아이키도 본부도장을 다녀왔다. 기노꾸니야는 일본 최대의 서점이라는데 뭐 교보문고나 영풍보다도 작은 것 같다는 느낌이.. 종로서적같다. 본부도장의 3시 타임을 견학한 뒤에 기념품으로 수건과 티셔츠를 샀다. 졸라 비싸다. 아, 다리 근육이 다 뭉쳤다.
23시 20분 : 흐아.. 죽음이다. 아니, 저녁을 먹은 지금이야 살 만하지만. 아침식사만 한 상태에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먹고 3타임을 뛰고 신주쿠를 누비고 담배까지 피워댔으니... 저녁수련에 담배진이 입안으로 올라와서 역겨워 죽는 줄 알았다. 히로아키 선생을 처음 보게 되었다. 과연 아버지 고바야시 선생의 아들답게 생김새가 빼다 박았다. 몸집이 작으면서도 단단하고 특히 팔뚝이 내 두배는 되어 보인다.(나중에 미도리 선생의 얘기로는 아이키도 외에도 거합도를 수련했다고 합니다.) 기술을 받았는데 아주 스피디하고 마치 번개같다. 윤관장님의 기술을 받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뭐가 정신없이 팡팡 내리치는 느낌이다. 손을 잡자 마자 어느새 내 어깨가 떠 있다.
오전 수련에는 이리스, 오후 수련에는 맷을 알게 되었다. 이리스는 독일 유학생이고, 맷은 주일 미공군이다. 다시 만날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영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이라 말이 통해서 오랜만에 실컷 수다를 떨 수 있었다. 외국에 있을 때는 같은 외국인이나 영어 사용이 가능한 사람이 젤 반갑다.
아, 신주쿠에서 본부도장을 찾을 때( 신주쿠의 가부키ㅉ에서 걸어서 30-40분 거리, 버스 노선도 있지만 돈 아껴야죠.^^;) 많은 한국 상점들과 한글이 보였다. 그중 종협 직판장인 '장터'에서는 도장가는 길을 물어보았는데 오랜만에(?) 한국어 쓰니까 좋더라.
이제 자야만 한다. 내일은 4시 30분에 일어나 고다이라 도장에 6시까지 도착해서 수련준비를 해야 한다. 아이고 삭신이야.--;
8월 6일 목요일 17시 43분 : 피곤하다.. 몸이 천근처럼 무겁고 다리와 어깨가 완전히 뭉쳤다. 무릎이 제대로 굽혀지지도 않는다. 특히 오전 6시 반 클래스 후 고다이라 도장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에도 정좌를 해야만 했을 때는 밥, 아니 빵(오전 수련이 고다이라 도장에 있을 때는 항상 내제자인 고아나기 선생은 히로아키 선생과 함께 고바야시 선생님의 부인, 그러니까 사모님이 차려주시는 조찬을 고다이라 도장 2층의 고바야시 선생님 댁에서 합니다. 아침식사는 꼭 빵이라네요. 일본인들 상당수가 그런 듯..)맛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죽는 줄 알았다. 다리가 하도 저려서 물 마시는 핑계로 잠깐 일어서자니 다리가 완전히 펴지지 않고, 고바야시 부인과 히로아키 선생은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본다. 비록 일어는 서툴지만 내가 정좌에 서툰 것에 대해 농담하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다! --+
일본인들은 정좌가 생활화되어서 그런지 식사나 티타임때 몇 십분 동안 그러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나보다. 난 죽음이다. 하루 종일 맘 편히 다리 좀 쭉 뻣고 쉬었음 좋겠다. (일본 만화를 보면 자주 나오듯이, 특히 여성의 경우는 정좌를 자주 합니다. 그러고 있는게 자기들한테는 되게 편한가 봅니다.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클래스는 여성부인데 근처 중년 부인들이 모여서 하는 부입니다. 티타임때 보면 완전 정좌... 그래도 티타임끝날 때까지 꿋꿋히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신기..--; 나중에 이분들중에 영어를 할 줄 아는 분이 있어서 한일양국 관계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사실 개뻥입니다.--; - 한일문화에 대한 차이를 문답했는데, 한국인은 식사 때 정좌를 안한다니까 아주 신기하다며 다들 놀라더군요. 진짜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같은 유교문화권인데 정좌를 잘 안한다니 신기하답니다. 난 그게 왜 신기한 지 모르고 되려 식사때도 정좌하는 그들이 신기하던디..^^; 조용필 되게 유명하더군요. 즉석에서 '돌아와요 무산항에'를 불러대고 '아리랑'도 부르던데요. 난 조용필 유명하단 거 뻥인줄 알았는데..--;)
-중간 생략(수련기와 관련없음--;)
8월 7일 금요일 아침수련후에는 미치는 줄 알았다. 누가 종이냐? 죽이도록 부려먹는다. 밥상차리고, 청소하고, 천정 고치고, 설거지하고.. 저녁수련전에는 도장 청소를 나혼자 다했다. 나 그러고 있을 대 히로아키 선생은 자기 차 세차하고 있다. 얄밉지만 힘이 있나.. 그래도 좋은 사람들 같다. 하긴 나같이 일본에 배우러 온 사람이 한국으로 봐서야 얼마 안되겠지만 이 도장에서 본다면야 세계 각지에서 넘쳐날테니까. 뭐 이젠 괜찮다. (금요일 새벽 수련에는 고바야시 도장의 사범들이 모두 모여 수련을 하고 그후에는 다같이 조찬을 하면서 회의를 합니다. 그때도 정좌--; 회계하고 다음 클래스 구성 회의하고.. 아주 분주합니다.)
.이상하다. 어제 저녁 수련부터 몸이 갑자기 편해졌다. 왜일까? 먹어서 그런가? 담배를 수련전에 안펴서? 어쨌든 이젠 견딜만 해서 다행이다. 페이스를 찾은 거 같다.
.후지와라양과 도쿄역에 있는 마루젠 서점과 이케부쿠로의 만화전문서점을 다녀 왔다. 이리스가 마루젠에 영문도서가 많다고 해서 영문판 아이키도책을 살 수 있을까해서 후지와라양에게 가이드를 부탁한 것이다. 마루젠에 시오다 고조 선생님이 쓰신 영문판 'Dynamic Aikido'와 'Total Aikido'가 있는데 우리 돈으로 각각 2만원, 3만 5천원 한다. 히엑~ 비싸다. 관장님도 저 책 갖고 계신데.. 그래도 나중에 관장님께 말씀드려서 제본할 가격과 비춰보면 비슷하다. 그래서 'Dynamic Aikido'를 샀다. 'Total Aikido'도 탐이 나지만 아직은 돈을 아껴야 한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생기기를 바랄 수 밖에.. 만화전문서점에서는 박용일씨가 부탁한 '레므니아 전기'를 샀다. 난 또 무슨 전쟁만화인줄 알았는데 보니까 여자 가슴이 좍좍 나오는 환타지물이다.^^; 일본이 부럽당. 만화도 이렇게 좋은 대접받고.. 왠만한 서점에는 데츠카 오사무(아톰, 블랙잭 작가) 특별 전집이 나와서 대대적으로 팔리고 있다. '블랙잭'을 사고 싶었는데 일어를 모른다.^^;(1개월 공부)
고다이라도장에서 새로운 미국인들을 만났다. 스콧트부부인데 역시 주일 미공군이다. 첨에 나보고 일본이냐고 묻다가 한국인이라고 영어로 대답하면서 말이 통했다. 내 영어실력이 좋다고 칭찬해준다. 땡큐! 브라이언(남편)이 '외국어를 하나 익힌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말한다. 동감이다. 이제 일어를 익히고 싶다. 이제 일본생활 4일째이지만 계속 일어에 둘러싸여 있으니 왠만한 건 눈치코치로 따라잡을 수 있다. (귀국 얼마전에 일본에서 일한다는 이란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사람은 7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티비보고, 여자 사귀고, 음악듣고 하다보니 아주 일어가 유창해지더라 더군요. 첨엔 전혀 못했다는 데 당시엔 정말 잘 했습니다. 부러버~)
돈이 문제다, 돈이! 우아악! 후지와라양과 데이트하느라 오까네오 좆도 오오이 시요오시땃다!(돈 졸라 많이 써부렀다. 맞나?--;)내일 또 새멱 4시 30분 기상이다. 히유.. 체력을 비축해둬야 하는디...
8월 8일 없음.
8월 9일 일요일 .0시 29분(^^;) : 내일, 아니 오늘은 7시 50분 까지 잘 수 있다. 아, 이게 얼마만이냐? 4시간 이상 자는 것이! 8시 20분에 차를 타고 타나시 도장과 어디어디(--;)도장을 가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도코로자와 도장으로... 강행군이다으~ 고야나기 선생은 오늘 대학 아이키도부 캠프에 참가한다고 돌아오지 않는단다. 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일본의 티비를 볼 수 있는 날이! 오호호호!! 여기까진 좋았는데..--; 고야나기 선생이 자기가 내일, 아니 오늘 없을 테니까 청소를 미리 하잰다! 그래서 오밤중에 빗자루질 하고 걸레질했다.T-T 일본인들은 이런데는 철저하다. 쓰레기 분리수거에다 과일먹고 남은 씨까지 자기 건 자기가 챙겨 종이에 싸서 버린다. 이런 얘길 들으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답답하고 갑갑한 게 목에 걸리는 느낌이다.
.아침수련을 4시 20분에 일어나야 하는 걸 5시 30분에 일어나서 늦어 버렸다. 수련시간에 늦은 건 아니지만 청소 시간에 늦어버린 것이다. 늦잠(?)잔 걸 알았을 때는 하늘이 노~랗고 그냥 모르는 체 자거나 꾀병이나 부릴까도 생각했지만 어디 그게 되나..--; 한 번 실수는 괜찮지만 두 번 실수는 하지 말라는 고야나기 선생의 말. 웃으면서 말하지만 듣는 나는 오싹하다.T-T
.이리스가 내게 쇼크를 줬다. 자기가 독일인이라 관심있다면서 한국통일에 대한 진지하고 건설적인 얘기를 나누다 어떻게 얘기가 새서--; '너 혼자 사냐?' '아니, 아들하고' '아들?!' '응, 5살됐어, 얘기 안했나?(콰과광~ 심장이 무너지는 소리)' '너 몇살 인데?' '26' '26?! 너 그럼 결혼했냐?' '아니 결혼은 안했어' 충격..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 그간 갖고 있던 흑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크흑! 닭똥같은 눈물이...T-T
이제 왠만하면 일어를 사용한다. 원래 영어로 대화했던 이들을 제외하고는 일어-단어 짧고, 문법 엉망-를 사용하는데 잘 알아듣는다. 일어를 1달 간 위성방송과 일`영 2개국어로 된 아이키도 교본으로 공부했다니까 다들 놀랜다.( 사실 이규형이 책 도움이 컸다.^^;) 뭐 어떠냐 난 내 할 말 그 짧은 실력으로 충분(하진 않지만) 어쨌든 한다. 이러면 됐지, 뭐!
일본에 있으니까 미의 기준도 바뀌나 보다. 울나라에선 거들떠도 보지 않을 여자들이 여기서 보니 이뻐 보인다. 왜일까? 어쟀든 일본에도 우리 나라만큼 미인이 많다.
본부도장에나 한 번 더 가볼까? 견학도 할 겸 신주쿠 공중전화박스의 그 야한 매X 전단도 얻을 겸.. 오호호호! 난 바본가봐..--;8월 10일
.0시 2분 : 내일은 수련이 1클래스 밖에 없다. 그래서 좀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중고 서적을 사러 칸다를 돌아다녀야 한다. 혼자라면 모르되 안내인까지(미도리 선생님) 딸려가는 건.. 돈이 모자란다... 쉬고 싶다.
.하도 무릎 걸음을 걸어서 무릎 털이 다 빠지고 곪기까지 했다. 바늘이 없어서 켯터로 곪은 곳을 찢고, 호치키스 알로 (라이터불에 달궈서) 지져버렸다.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할텐데..
.비디오를 빌려봤다. 5개 빌리는데 2300엔이나 들었다. 돈 아깝다. 책을 몇 권을 살 수 있는 돈엔데.. 일본물가는 너무 비싸다. 일본물가를 한국인이 체감하려면 환율에 상관없이 가격에 10을 곱하면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신문이 200엔(2000), 껌이 200(2000), 그러니까 검 하나가 우리가 체감하기에 2000원인 셈이다. 그러니까 오늘 비디오 5개 빌리는데 23,500원을 쓴 셈이다.
.성인용 비디오.. 처음에댜 우리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야하지만 그것도 10분만 지나면 지겨워 하품만 한다. 5개를 2시간만에 빠른 재생으로 보다가 아예 다 보지도 않고 반환해 버렸다. 비디오 가게 점원에게는 'ultra super lightening speed'라며 씩 웃어줬지만.. 돈 아깝다.
.피곤하다. 이젠 요령이 생겨서 수련시간에 지치거나 하진 않지만 수련이 끝나면 피로가 몸전체를 짓누른다. 도장사이를 이동하는 차안에서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고 입을 헤 벌리고 잠들어 버렸다. 피로를 풀어야 한다.
8월 11일 .인제는 모기까지 날 무시한다. 일본모기는 다 시커먼 산모기가 되놔서리 물리면 크게 붓는다. 잡으려고 해도 요리조리 피한다.--;
.이제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10일에 이어서 오늘도 칸다 고서점가에 가서 교본과 비디오를 구입해Trl 때문이다. 앞으로 1주일간은 하루 한 끼, 군것질 0로 버텨야 한다.. 이러다 공항세 모자라서 일본 못 떠나는 건 아닐까? 기념품 같은 것은 꿈도 못 꾼다.
.21시 38분 : .....맷이 내게 돈을 주었다. 수련 중에 배고프고 돈도 없다고 반농담으로 아우성 친 것이 안타까웠나 보다.(불쌍해 보였나?) 어쨌든 반농으로 한 말이 이런 결과를 낳으니 당혹스럽기만 했다. 그가 나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것은 그의 눈을 보니 진심이란 것을 알 수 있고 고맙긴 하지만, 갑자기 입에서 '내가 거지냐?'라는 헛된 존심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오려고 했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브라이언과 이리스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보았다. 브라이언은 너무 신경쓰지 말고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게 좋을 거라 했고, 이리스는 내가 남은 기간 동안 많이 먹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이리스는 말을 웅얼거리기 때문에 잘 못 알아 들었다. 어쨌든 충고를 받아 들여 맷에게 우리 전통의 신랑 각시가 새겨진 열쇠고리를 주었다.
국적과 문화가 다르더라도 좋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가 준 돈은 끝까지 쓰지 않고 남겨 둘 것이다. 우정의 기념으로.. (이 돈 아직까지 안 쓰고 제 다이어리 안에 고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8월 12일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또 도움을 받았다. 내가 무릎이 곪은 것 때문에 정좌와 좌기할 때 고생하는 걸 알자 존(미국 대학의 일본 캠퍼스에 근무하는 사람입니다.)이 자기가 쓰던 무릎보호대를 준다. 내가 하루 종일 그것을 구하러 돌아다녔는데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는 말을 하니까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선물이라며 주었다. 자기는 그것을 구하기 쉬우니까 쓰란다. 정말 고마웠다. 어제의 맷에 이어서 오늘은 존.. 일본인들보다 미국인`유럽인들이 더 마음씨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들과 말이 통해서 더 친하게 지내서일 것이다. 오늘 오후에도 내가 칸다에서 구하지 못한 아이키도 교본을 카피하려고(도꼬로자와 도장에는 20여년 전에 나온 이 책의 초판본이 있었습니다. 아이기검과 장의 달인인 사이토 모리히로 선생의 책이죠.) 복사용지를 구하려니까 자기 차를 태워다주며 일일이 가게를 같이 둘러봐주며 도와준 일본사람(성함을 모르는 것이 아쉽습니다.)도 있었다. 우리보다 더 개인주의적이지만 도움을 청하면 성심성의껏 도와준다. 좋은 사람들이다. (나중에 미도리 선생님과 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미도리 선생님 말씀으로는 일본에서 똑같은 외국인으로서 제가 겪을 어려움을 이미 겪었기 때문에 제 처지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잘 해줍시다. 다 국위선양에 도움이 될 것라고 생각합니다. )
이제 마지막 글입니다. 좀 분량이 많을 것 같네요. 수련기라고 써놓은 것이 수련 내용은 들어있지도 않고 청소한 얘기나 처량한(?) 얘기만 들어있으니 좀 뭤하네요. 그래도 어쩝니까. 정말 그랬는 걸.. --;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조회수 100이 넘는 글이 나왔네요.^^;일본에서 이리스에게 이-메일이 왔습니다. 고바야시 선생님께서 귀국하셨는데 저에 대해서 물어보셨다더군요. 선생님들이 좋은 얘기만 해주었다는데 솔직히 좀 찔립니다. 오히려 너무 좋은 말만하면 되려 믿음이 안가잖아요? 두 번이나 수련, 아니 청소시간에 늦었었는데.. --;
8월 12일
.배고픈 게 제일 문제다. 도꼬로자와 도장에서 잠시 낮잠을 자다가 고다이라 도장으로 가기 위해 잠을 깨니 배고파 견딜 수가 없다. 이대로 수련했다간 분명 쓰러지겠지만 돈을 아껴야 한다.. 편의점에 가서 식빵을 사고 냉장고의 잼을 꺼내 샌드의치를 만들어 맹물과 함께 입속에 우겨 넣었다. 예전처럼 정식으로 배불리 먹는 것은 꿈도 못꾼다.
.고야나기 선생이 외국에서 온 수련생들은 보통 2-3개월의 특별수련을 원하지만 그 기간의 반 정도만 채우고 돌아가는 게 태반인데 그 이유가 바로 돈, 나처럼 돈이 모자라서 란다. 나는 그래도 특별대우라서 사범들이 밥도 자주 사주고 하지만 딴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저녁수련을 돌아와서 일본라면 2개를 끓여먹었다. 된장(미소)라면과 야끼소바인데 된장라면은 우리 것과 비슷해 입맛에 맞고 야끼소바는 마치 짜파게티의 일본소스판이라 생각하면 비슷하다. 정식값의 1/2(200엔)으로 배를 채웠다. 갑자기 콜라가 미치도록 마시고 싶어 근처 자판기로 직행했으나 품절. 일본에 와서 콜라는 입에도 못대봣지만 어쩔 수 있나. 다른 걸 마셨다. 자판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 자전거를 탄 상태로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이 꼴사나웠지만 그 순간은 정말 행복했다. 탄산수 마신 후의 트림(쯥...)으로 사람이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완죤 바보..) 내일도 4:30분 기상이다. 자자.
8월 13일 0시 5분이다. 자자.. 근데 옆에 놓인 만화책에 계속 눈길이..
8월 14일 0시 8분 자고 시포...
이제 오늘 하루만 더 수련하고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2주일도 금방이구나. 처음 1주간은 정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익숙해질만 하니 떠나야 하는군. 아쉽다.
.내일은 어디로 갈까.. 그전에 이불을 세탁해야 한다. 내가 2주간 사용한 이불을 세탁하란다. 전에 관장님께 듣기로는 세탁비로 4000엔을 내야 한다는데 내가 직접 빨면 돈 안내도 되나보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돈굳는데.
.끝내는 바퀴벌레를 잡았다. 이게 한동안 안보이다가 도장바닥에서 식사하고 있는 내 눈에 걸렸다. 잡지로 눌러버리고 산채로 변기에 버렸지. 속이 다 시원하다.
.아침수련에 또 늦었다. 분명 4시 30분에 맞춰 놓았거늘.. 덕분에 안해도 될 실수를 2번하게 된 셈이다. 신의를 저버린 거 같아 기분이 아침부터 안 좋았다. 이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지 않기를..
오전 여성부(중년 여성 모임인 거 같다.) 수련후 티타임때 개중에 영어를 잘 하시는 분이 내게 여려 질문을 했다. 일본문화개방, 2002 월드컵 등등.. 난 다 좋다고 했다. 사실이다. 과거야 어쨌든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니까. 서로 잘 지내야 한다. 이리스는 독일의 경우 나치즘 시절 살던 노인들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사람들은 주변국가들과 잘 지낸다고 한다. 우리도 그래야 되지 않을까.
일본생활에서 제일 힘든 게 뭐냐고 묻길래 정좌, 식사할 때도 정좌를 해야 하는 거라고 답하니까 되게 놀란다. 마치 무슨 별종 보는 듯하다. 나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니까 황당하다. 한국인들은 정좌안하고 양반다리 한다니까 되게 신기해한다. 나도 그네들이 신기하다.
돈만 되면 일본에 좀 더 있고 싶다. 내일은 본부도장에나 한 번 더 가볼까?
사이토 모리히로 선생의 아이키도 교본(20여년전에 나온 초판) 1권과 사오토메 미츠기선생의 책을 복사하다가 토너를 다 써버렸다. 기냥 입 싹 닦을까? 그럴 수야 없지. 에구, 괜히 책 복사한다고 그래가지구.. 관장님이 나보고 자주 하시는 '넌 욕심이 너무 많아!'하는 마리이 머릿속을 울렸다. 고야나기 선생에게 토너 다썼다고 사과하니까 이미 예견했다는 눈치로 여벌 토너를 준다. 내가 복사할 책의 양에 비추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단다. 솔직하길 잘 했다. 내가 머리 굴린 거에 비하면 허탈했지만.. 그담에 하는 말이 또 청천벽력이다. 1장 복사하는데 10엔이란다! 나중에 1600엔 물었다.(결국엔 사오토메 미츠기 선생님의 책은 귀국 후에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주문했습니다. 운송방법을 잘못 선택해서 2달 후에나 도착..--;)
8얼 15일 0시 27분 광복절이다. 이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되었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는구먼.
어제와 오늘은 기념 사진을 많이 찍었다. 수련이 끝날 때마다 같이 한 사람들과 모여 사진을 찍고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이-메일 주소도 주고 받았지롱.
다시 신주쿠로 갔다. 오늘은 좀 맘 편히 둘러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나도 외국인이지.)들과도 더 쉽게 대화를 틀 수가 있었다.
본부도장이 금주 휴업이다. 나쯔야스미(여름휴가)인데, 지금이 일본의 휴무기간이란다. '오봉'이라고 조상의 혼령이 1년에 한 번 집을 방문하는 날이란다. 정문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도주님과 본부도장장님의 자택은 본부도장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1층에 도주, 2층에 본부도장장이 따로 살고, 문패도 다르다. 심심해서 문패 사진도 한 번 찍어 봤다.
허벅지에 쥐가 난다. 무릎이 아린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제 일기는 이것이 끝입니다. 그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바로 도꼬로자와 도장을 떠나 동경 나리타 공항으로 갔지요. 고야나기 선생과는 서로 바빠서 허둥대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그냥 왔습니다. 다음에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리스는 지난 10월 10-11일 사이에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 나라에 친구를 보러 오는 차에 저도 같이 만났지요. 물론 아들도 함께. 잘 생겼더군요. 5살 짜리가 영,일,독어를... --;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단 하루 도장에 들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도복을 챙겨오는 그녀에게 감동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