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15자 게시물 이동게시)
요즘 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영국 작가인 Robert Twigger가 쓴 'Angry white pyjamas'라는 책인데,일본에서 영어선생을 하던 저자가 1년간의 요신칸 기동대코스를 수료하고 이를 통해 바라본 일본문화를 다룬 논픽션소설로, 1998년 서머셋 모옴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영미권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브라이언 위드먼 지도원 등이 추천해줘서 아마존에서 구입하여 2/3정도 읽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습니다.
요신칸은 매년 1년일정의 기동대코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위 '세계에서 가장 빡센 무술훈련과정(the toughest martial art course in the world)'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일본 동경의 진압기동대는 유도,검도,아이기도 중 한가지를 선택하여 의무적으로 1년간의 훈련코스를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그자격요건은 두가지이상의 무도에 1단이상 또는 한가지 무도에 3단이상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에게도 개방되어 있습니다. 매년 20여명의 외국인이 응모하는데, 통과하는 이는 3-4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위의 별칭처럼 '빡세기' 때문입니다.
주5일 하루 8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위 수련코스를 수료하고 1단승단심사를 보고 합격하면 지도원 자격을 주는 일종의 단기코스입니다만, 거의 군대를 연상시키는 수준의 훈련을 시킵니다. 1교자세 취하기, 600번 후방낙법, 무릎걸음, 마주 보고 정면타치기 등을 각 수련시간 마다 1시간 내내 시키는 등의 집중훈련을 하다보니 왠만한 수련생은 무릎이나 등의 부상으로 포기를 하고 만다고 합니다. 무릎걸음으로 무릎이 까지고, 낙법으로 등과 어깨의 피부가 쓸려 도복에 피가 배이고 곪고, 심지어 1교자세(요신칸의 1교자세는 앞쪽무릎에 거의 대부분의 체중을 싣습니다.)로 1시간동안 버티도록 하다보니 무릎관절이 안좋아지거나 탈진으로 기절할 정도까지라는군요.
요신칸은 스폰서로부터 재정적지원을 받기 때문에 돈에 별 관심이 없으므로 이러한 특수코스의 수련생(전수생이라 합니다.)들이 중도포기를 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군요.
심지어 훈련을 담당하는 사범들이 기술을 걸며 갈비뼈나 팔을 부러뜨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이들이 하는 훈련을 비유하자면 아이기도판 'G.I.제인'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오죽 하면 주인공은 시오다 관장의 사망에 따른 장례식 등의 일정으로 1주일간 훈련을 쉬게 되자 기뼈서 만세를 부르는 불온한(?) 장면까지 나옵니다.
아이기도를 처음 접한 '서양인' 저자의 눈으로 본 요신칸 아이기도는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요신칸의 딱딱하고 엄숙한 모습에서 한발 더 나갑니다. 타 유파의 아이기도에 비해 강하고 실전적이라 여겨지는 요신칸, 이곳의 사범들은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마초맨'들입니다. 특히 서양인 사범들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한 에피소드를 보자면 한 외국인 전수생이 싸움을 벌였는데, 상대의 팔을 부러뜨렸습니다.
처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그가 외국인사범에게 이를 고백하자 사범은 심드렁하게 이겼냐고 물어보고 이겼다는 말에 그럼 됐다는 식입니다.
심지어 시오다 관장의 장례식날밤에 세계각지에서 모인 유명한 외국인 사범들은 바에서 술에 취해 패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합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요신칸 내부의 이야기들은 어찌보면 자뭇 충격적입니다.
시오다 고조 관장과 그 아버지는 2차대전 당시 흑룡회라는 극우비밀결사의 단원으로 등록되어 있었고(시오다 관장은 정치적인 면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1950년대의 사회주의자들의 파업이 일본을 휩쓸던 당시 우리나라로 치면 구사대로서 자신의 관원들과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최초 아이기도 요신칸을 설립하는데 큰 도움을 준 스폰서는 극우주의자로 2차대전 후 1급전범으로 복역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요신칸 아이기도가 경찰의 정식과목으로서 기동대를 맡아 교육시키는 배경에는 소위 '무사의 혼(정신)'을 양성하는 엄숙하고 힘든, 그리고 약간은 극우적인 분위기도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본 요신칸의 겉모습은 조금은 우익적인 모습을 띱니다.
정치쪽에는 별다른 주의를 두지 않는 아이기카이와는 좀 틀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아이기도란 무술을 처음 접한 저자가 요신칸 아이기도의 1년집중코스를 통해 점차 좀더 성숙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우리들의 모습과도 쉽게 오버랩되어 감정이입이 되고, 처음에 마초집단이라고만 여겨지고 제게는 왠지 불쾌감과 배신감마저 주던 요신칸의 인물들, 상당한 강함을 갖추고 수련생들이 우러러보기까지 하는 이 사람들도 역시 헛점이 있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두루 갖춘 보통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되는 것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저자가 외국인이다 보니 서양인 사범들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왜 이들이 먼 일본까지 와서 시오다 고조란 걸출한 무술가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지, 어떻게 점점 자신의 발전을 이루는지에 대한 내용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자크 페이옛이란 유명한 프랑스인 사범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일본인처럼 되고자 했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와 나는 지도받은 대로만 사람들을 가르쳤고,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다시 일본으로 왔을 때 나는 내가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임을 머릿속에 새겼고, 거리낌 없이 시오다 관장과 독대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외국인임을 잊지마라.'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기회가 닿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p.s. 위 책은 요신칸 아이기도교본이 아닌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소설'이고, 내용에 있어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십시오. 요신칸에서 1년반동안 수련하기도 한 루퍼트 선생은 책의 내용이 요신칸 및 일본문화를 표면적으로만 묘사한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왜곡된 부분이 있기도 하다고 하더군요.
p.s.2 기동대코스란 것에 개인적으로 상당한 관심이 갑니다. 하지만 루퍼트 선생은 '그 사람들은 '기본만' 잘 한다. 그 이상은 모른다. 나도 그 코스에 들어갈 뻔 했으나 그 코스를 수료한 친구를 보고는 나와 별 차이가 없는 걸 보고는 그리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은 기본기 하나는 정말 잘 한다.'라고도 하더군요.
p.s.3 요신칸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은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죠.
p.s.4 요신칸의 합숙(캠프)에 대해 '군대막사'라고 하는 묘사가 나오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의 고바야시 도장에 소속된 것이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이기카이 본부도장도 경직된 분위기여서 제게는 좀 어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리테루 도주가 수련생을 교정해주며 소탈하게 웃는 모습에 그도 보통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