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을 포함해서 사진들은 다음 기회에 올리겠습니다. 한 페이지 뜨는 데 5분씩 걸리는 걸 참고 있자니 제 정신건강에 상당한 데미지가 오네요..)
with Mark Goode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0930h에 호주 경관 마크와 함께 Becora station 2층에서 브라질리언 유술(Brazillian Jujitsu)을 수련했습니다. 마크는 2년동안 BJJ를 수련했으며, 합기도(Hapkido)를 수련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의 아들 역시 현재 합기도를 수련하고 있다고 하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즐거웠습니다. 겨드랑이 싸움부터 시작하여 마운트, 가드(오픈, 클로즈드), 사이드 가드, 백 가드 등의 기본을 익히고 2분 3라운드의 스파링을 했는데, 더운 날씨에 더러운 매트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남자 두 명이 서로 껴안고 뒹굴고 있으니 티모르인 잡역부들이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더군요.
마크에 따르면 함께 수련할 사람을 구했다 싶어도 매트에서 남자끼리 뒹굴면서 땀을 흘리는 등 타 무도에 비해 신체적 접촉이 많기 때문에 한 번 하고는 다시 안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야 오히려 한국에서는 기회가 없어 접하지 못한 BJJ를 먼 동티모르에 와서 호주인에게 배울 수 있는 인연을 얻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우선은 BJJ를 익히고 다시 서로 아이키도(Aikido)나 합기도를 익히는 시간을 가져보다고 하기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다음 수련은 언제나며 적극적으로 물으니 그 또한 내심 반기는 눈치입니다. 무도는 싸움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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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Becora Station 산하 Bidau Sub-station의 구역인 Dili Hospital의 후미에는 IDP Camp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많은 고아들이 있습니다. 고아원 시설이 없는지라 이 어린아이들은 아무런 교육도, 보호도 받지 못하며 그저 스스로 세상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듯한 아이들은 소년의 순수함과 어른의 영악함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습니다. 11살 짜리 아이가 담배를 피고, 지기지기(섹스를 뜻하는 현지 은어)에 대해 얘기하는 한편 천진하게 축구와 폭죽놀이, 불장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이들을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해집니다. 담배를 꼬나문 채 15세 짜리 이쁜 창녀가 있다면서 가격을 흥정해오는 꼬마를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담배를 뺏어 꺼버리고 버럭 일갈하는 것 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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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 올해 크리스마스는 최악이었습니다. No sleep, no food, no one to hug. Even hot!
숙소 Sakura Tower에서 24일 오후 6시부터 25일 새벽 2시까지 싱가폴 군인인 자스니, 캐빈, 호주인 루벤, 사쿠라 타워 매니저 아혹과 술을 마셨는데, 잠이 확 깨버려 전혀 자지를 못한 채 아침 7시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며칠 전 부터 터지던 크리스마스 기념 폭죽은 자정이 되자 아주 경쟁이라도 하는양 터지더군요. 여기서 한 달간 본 폭죽의 량이 아마 한국에서 본 양의 십수배는 될 듯 합니다.
크리스마스인지라 구역내 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닫아버려 컵라면과 도넛으로 점심을 떼웠는데, 숙취와 아침식사를 거른 탓인지 속이 영 거북한 터에, Santa Cruz에서 투석전이 벌어졌다며 지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크리스마스잖아! 동네 토박이들과 디스트릭트에서 온 이주민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따로 살고 있는데, 무슨 시비가 벌어졌는지 돌이 오간 것입니다. 딜리 스테이션의 패트롤카와 말레이시아 Formed Unit까지 출동했습니다. 오가는 욕설들, 마을 장년들이 나와 사태를 진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날도 더운데다 컨디션도 안좋은데 두꺼운 방탄복을 입고 있자니 땀이 비오듯 쏟아지니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 방탄복을 벗어던지고 먼지 쌓인 방패를 집어들었는데, 그래도 덥습니다. 경찰이 돌아가면 곧 다시 싸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장년들때문에 두 조로 갈리어 청년들을 자기 마을 안으로 돌려보낸 후 경찰서로 복귀하려는데, 이번엔 딜리 호스피탈에서 싸움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서로 나누는 거라는데, 동티모르에서는 돌을 나누고 있습니다. 가보니 비다우 서브스테이션의 패트롤이 먼저 와있었습니다. 오늘 배속된 스리랑카 경관 마헤시가 노인이 여러 젊은이들에게 두들겨맞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찹니다.
경찰서로 돌아오자 무전에서는 Santa Cruz에서 다시 싸움이 일어났다며 난리입니다. 이번엔 GNR이 호출되었습니다. 경찰서 앞에서는 대낮부터 동네 청년들이 도로변에 모여 음악을 틀고 뚜아무띤(야자수로 만든 술)을 마시고 춤추며 놀더니 도로까지 나와 차량 소통을 방해합니다. 위험하니 도로변에서만 놀라고 하고는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오후 3시 퇴근 후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지만 영 머리가 무겁고, 가든에 가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방안에는 도무지 있기 싫어 한국에서 갖고온 미국계 현각 스님이 쓴 '만행'1,2권을 모두 읽어버렸습니다.
잠도 못자고, 식사도 못하고, 싸움 말리러 다니고, 같이 있을 사람도 없고, 엉뚱하게도 불교 관련서적을 읽는, 이것이 동티모르에서 맞은 '최악의' 크리스마스 일과입니다.
아내와 딸이 참 보고 싶네요.
p.s. 제 옆에는 호주군인들이 라이플을 등에 지고 완전무장을 한 채 인터넷을 즐기고 있습니다. 으허허, 왠지 옆구리가 뜨끔하네요. 전 지금 평복이거든요.